시니어 UX

고령화 시대, 정부 서비스 UX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story202507 2025. 8. 7. 09:00

1. 고령화 사회의 도래와 공공서비스 UX의 과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에 따라 행정, 복지, 건강, 금융 등 다양한 정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사용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부분 정부 서비스 UX는 여전히 디지털 전환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빠른 기술 진보와 복잡한 인터페이스가 시니어 세대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정부24,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홈택스 등 주요 행정 플랫폼은 모바일 화면에서 작은 글씨, 복잡한 인증 절차, 어렵게 배치된 메뉴들로 인해 고령자에게 매우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기술 혁신 못지않게 포용적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 중요해지며,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실질적인 이해와 사용을 가능케 하는 구조적 UX 혁신이 요구된다.

고령화 시대, 정부 서비스 UX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2. 고령자 중심 UX 설계의 핵심: 접근성·가독성·명확성

정부 서비스 UX에서 고령자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설계 원칙은 접근성과 가독성, 명확성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정부 플랫폼은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내세우면서도, 고령자에게 적합한 UI 최적화를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텍스트의 크기 조절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이며, 콘텐츠 대비가 약한 색상 조합, 잦은 팝업 및 광고성 안내창은 시각·인지 능력이 저하된 고령자에게 정보 피로감을 유발한다. 또한 용어 선택 역시 중요한 요소다. 전문 행정 용어나 축약어 사용은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고령자에게 큰 장애가 된다. 예컨대 “인증서 갱신”, “로그인 방식 선택”, “전자문서함” 등은 직관적이지 않은 표현이며, 실질적으로는 사용자 경험을 방해하는 요소다. UX 설계자는 단계별 흐름 설계, 사용자 친화적 문구, 버튼의 명확한 기능 구분 등 기본적이지만 핵심적인 요소들을 반드시 고령자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3. 고령자 참여 기반의 UX 테스트와 맞춤형 인터페이스

UX 개선은 단순히 디자이너의 직관이나 이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고령자 UX는 사용자 참여형 설계(user-centered design)가 핵심이며, 실제 노년층의 행동 패턴과 반응 데이터를 반영한 인터페이스 설계가 필수적이다. 고령자의 다양한 디지털 숙련도, 건강 상태, 인지 능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UX는 아무리 직관적이라 해도 사용 장벽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본인의 용무(예: 연금조회, 기초연금 신청 등)를 중심으로 ‘업무 시나리오별 흐름 UI’를 제공하면, 현재처럼 기능 중심 메뉴보다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고령 사용자가 많이 사용하는 메뉴를 홈화면 상단에 고정하거나, 화면 확대 기능과 음성 안내 인터페이스를 기본 탑재하는 것도 중요한 개선 포인트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령자 대상 UX 테스트 그룹 운영, 디지털 배움터와 연계한 피드백 수렴 체계, 실버 UX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추진해야 하며, 이는 단기적 불편 해소가 아닌 장기적 디지털 포용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기반이 된다.

 

4. 포용적 정부 UX는 고령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고령자를 위한 UX’라는 말을 들으면 특정 소수만을 위한 별도 서비스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고령자 중심의 UX 개선은 모든 세대를 위한 UX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정보의 구조가 명확해지고, 접근성이 높아지며,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면 누구에게나 편리한 환경이 된다. 예컨대, 버튼의 크기를 키우고, 시각적 대비를 강화하고, 흐름 중심의 메뉴를 제공하는 것은 비장애인·청장년층·외국인 사용자 등 다양한 사용자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닌 디지털 시민권 확대의 개념이기도 하다. 정부 서비스 UX는 이제 단순한 업무 효율화 수단이 아닌, 공공성과 평등성의 핵심 지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고령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UX야말로 진정한 공공 혁신의 시작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보다 사람, 서비스보다 경험 중심의 디지털 전략을 구축해야 하며, 이는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