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UX 디자인, 해외 정책 사례로 배우기
1. 디지털 포용 정책: 영국 ‘디지털 유니버설 서비스’ 사례
영국은 시니어 세대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디지털 사회에 소외되지 않도록 ‘디지털 유니버설 서비스(Digital Universal Service)’를 도입하였다. 이 정책의 핵심은 인터넷 접근성과 기본 디지털 기술교육을 공공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UX 설계에 있어서 이 정책은 ‘단순함’과 ‘명확성’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가 운영하는 고령자 복지 포털은 텍스트 크기가 크고, 화면 요소 간 간격이 넓으며, 절대 복잡한 UI 요소(예: 드롭다운 내 다중 선택)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디지털 헬프센터’를 전국 도서관 및 복지관에 설치하여 고령자가 공공기관에서 기본 앱 사용법, 영상 통화, 의료 예약 앱 등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게 UX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 영국의 사례는 단순히 ‘앱을 쉽게 만드는 것’만이 아닌, 공공정책이 UX 접근성을 촉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함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2. 고령자 맞춤 플랫폼: 일본 '츠나가루 카레지'의 온보딩 설계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이에 따라 다양한 시니어 UX 설계가 실생활에 접목되어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고령자 커뮤니티 플랫폼인 ‘츠나가루 카레지(つながるカレッジ)’다. 이 앱은 시니어층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UX의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의 연령대를 고려한 온보딩 설계를 채택한다. 예를 들어, 첫 로그인 시 단순 가입 절차와 더불어 '손녀가 앱 설치를 도와줬다면 여기서 시작하세요'라는 안내가 제공된다. 이후 튜토리얼은 마치 종이 교재처럼 정적인 슬라이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기능에는 예시 영상과 반복 가능한 연습 모드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기능 설명 중심이 아닌, ‘사용자 행동을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된 UX는 고령 사용자의 학습 곡선을 완만하게 만든다. 일본은 기술적 정교함보다 심리적 안정감과 예측 가능한 흐름을 UX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3. 디지털 시민으로의 전환: 핀란드 '디지털지원법'과 UX 실험
핀란드는 디지털 복지국가로 불릴 만큼 선진적인 e-서비스를 운영하며, 2019년부터 ‘디지털 지원법(Digital Support Act)’을 제정하여 전 국민이 정부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UX 기반 인프라를 확장해왔다. 이 법은 단순히 교육이나 사용 방법 안내에 그치지 않고, UX 관점에서 고령자 및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가 정부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 세무청의 전자신고 웹사이트는 사용자 연령과 디지털 사용 숙련도에 따라 ‘초보자 모드’와 ‘표준 모드’ UI를 선택할 수 있도록 UX를 다층 구조로 설계하였다. 또한 스크린 리더, 키보드 내비게이션, 고대비 모드 등 접근성 기술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UX 다양성을 확보하였다. 핀란드 사례는 정부 UX 설계가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이용자의 통제권’을 보장해야 실질적인 디지털 포용이 실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4. 공공 UX와 커뮤니티 디자인: 싱가포르 ‘실버 IT 페스티벌’과 사용자 피드백 루프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실버 IT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며 시니어 대상 UX 설계와 디지털 교육을 통합 운영하는 독특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 행사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UX 피드백을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일종의 사용자 참여형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고령 사용자들이 실제 앱이나 웹사이트를 체험하면서 겪는 불편을 즉시 피드백할 수 있으며, 관련 기업과 정부 UX 디자이너는 그 결과를 기반으로 개선안을 마련한다. 특히 교통, 병원 예약, 전자결제 앱 등의 실습이 포함되어 고령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UX만을 선별하여 집중적으로 다룬다. 여기서 UX 설계는 단지 ‘사용 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반복 학습이 가능한 구조’와 ‘실패에 대한 관용적 시나리오’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 싱가포르의 접근은 정부, 커뮤니티, 사용자 간의 UX 공동 제작(co-design) 방식이 디지털 소외를 해결하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